오봉역서 직원 화물차에 치여 숨진 다음 날 영등포역 무궁화호 '이탈'
작업 중 사망자 올해만 4명…공공기관 첫 중대재해 위반 입건 사례로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경부선 하행 영등포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자들이 탈선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경부선 하행 영등포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자들이 탈선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이달 5일 작업 중이던 직원이 열차에 치어 숨진데 이어 바로 다음 날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딴 안전사고로 코레일은 올해 최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9일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30분경 영등포역 무궁화호의 탈선 사고의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

앞서 지난 6일 저녁 8시 52분경 용산역을 출발해 익산역으로 향하던 승객 279명이 탑승한 무궁화호 1567호 열차가 영등포역 진입 중 탈선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객차 5량, 발전차 1량 등 총 6량이 탈선됐고, 승객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로 지난 7일 오후 4시 50분까지 KTX 및 일반열차 106개가 적게는 10분에서 260분까지 지연 운행됐고, 228회 운행조정이 이뤄졌다.

또한 경인선, 경춘선, 수인분당선 등 열차는 운행구간이 단축됐고, 광명 셔틀전동열차도 운행 중단되는 등 시민들이 이동에 불편함을 겪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경부선 KTX-산천 제23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부근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 7명이 경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1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경부선 노량진~용산 구간 하수관 파손으로 발생한 선로 자갈 유실 현장에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8월 1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경부선 노량진~용산 구간 하수관 파손으로 발생한 선로 자갈 유실 현장에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 작업 도중 사망사고만 올해 ‘4명’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이달 5일 오후 8시 20분경에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 연결‧분리 작업 중이던 역무원 장모 씨(33)가 화물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역무원 장 씨는 각기 다른 선로에 있는 두 열차를 같은 선로로 모으는 중이었지만,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물차가 장 씨를 향해 돌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함께 작업 중이던 20대 작업자도 과호흡 등 증세를 보여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오봉역에서는 지난 2014년 컨테이너 입환 과정에서 수송원이 화물차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2017년에 수송원이 트럭에 치이는 사고, 2018년에는 화차와 선로 사이에 수송원의 발목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 등이 발생한 바 있다.

작업자 사망사고 이후 코레일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서 조사 중이고, 공사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라며 “긴급 안전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동종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이 코레일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올해'만 4건이다.

앞서 지난 3월 14일 밤 10시 50분경 대전 차량사업소에서 열차 검수 작업 도중 작업자가 열차 하부와 레일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7월 14일 오후 4시 24분경에는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배수로를 점검하던 코레일 직원이 기관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더불어 지난 9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3호선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부품 교체 작업 중이던 작업자가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작업자는 사고 발생 2주 뒤 숨을 거뒀다.

서울 중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 뉴시스
서울 중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 뉴시스

◇ 대응책 내놓고 이틀 만에 직원 ‘참변’

이 같은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코레일은 올해 최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대전차량사업소에서 발생한 작업자 사망사고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공공기관장 가운데 첫 번째로 형사 입건된 상태다.

또한 3호선 정발산역 작업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난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코레일 서울본부 사무실과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사무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부노동청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사고 당시 작업과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가 준수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지난 달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철도 사고 및 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달 3일 코레일은 ‘철도안전 비상대책회의’에서 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내놓았고, 이로부터 이틀 후 오봉역에서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오봉역에서 발생한 이번 작업자 사망사고는 인력 부족 및 불안전한 작업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큰 사고 원인은 인력이 부족해 입환 작업을 2인 1조로 한 것”이라며 “3인 1조로 할 수 있도록 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봉역은 곡선 구간이 많아 열차를 유도 중계하려면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2인1조로 작업하면 동선이 너무 길어 수송원이 뛰어다녀야 할 정도로 작업 인력과 비교해 입환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봉역은 열차 이동 상황을 관제하는 시설이 없어 수송원과 기관사는 무전에 의지해 작업한다”며 “15개 선로 사이 간격도 좁아 수송원들이 이동‧작업할 공간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도 전체 화물수송량 가운데 오봉역에서 출발 또는 오봉역에 도착하는 화물은 36.1%에 달할 정도로 화물열차 운행량이 많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직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고용노동부, 코레일 등은 기관사, 고인 또는 동료 수송원의 과실과 불안전한 행동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높은 업무강도, 개인의 피로 등 다양한 배후 원인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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