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설립 ‘한국투자신탁’ 전신…대우사태 이후 공적자금 6조 투입
동원증권 역합병 후 단숨에 업계 선두로…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1조’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국내 증권가의 시련의 계절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활화산 같이 타오르던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급격히 냉랭해졌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20% 가까이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사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 대내외 악재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투자 자본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증권사들 수익도 반토막나고 있다.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과 ‘동학개미’ 운동으로 역대급 수수료 잔치를 벌였지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그동안 ‘호황’ 시기를 보낸 증권가는 최근 사명 변경, 사옥 이전 등에 나서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탄생 역사와 과거를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국내 최초 투자신탁 전업사…대우사태에 '휘청'

한국투자증권은 1974년 8월 5개 시중은행과 27개 증권사가 출자한 국내 최초 투자신탁 전업사인 ‘한국투자신탁’이 전신이다.

2000년 6월에는 판매와 운용을 분리하면서 한국투자신탁은 한국투자신탁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투자신탁’이라는 이름을 3년만 쓰도록 돼 있는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라 2003년 6월 ‘한국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대우사태로 인해 자본잠식에 들어가며 1999년에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당시 재정경제부와 산업은행이 한국투자증권에 조달한 금액은 무려 4조 원이 넘어설 정도였다.

이후 2005년 1조6500억 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며 최종적으로는 6조55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정부는 한국투자증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국내외 70개 금융기관에 인수의향서를 발송했다.

이 중 동원증권을 보유한 동원금융지주가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당시 동원증권은 2004년 상반기 신규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수료 수입(23억8000만 원)을 거둔 증권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동원금융지주는 2004년 7월 한국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10월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5462억 원에 최종 인수하기로 했다.

대우사태에 따른 부실로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설립 30년 만에 동원금융지주로 편입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 동원금융, 한투 인수 후 계열분리…사명변경도

당시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최종 인수 발표 후 동원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에 나섰다.

2004년 12월 동원금융지주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최초로 산업자본에서 분리된 금융전업그룹으로 탄생하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계열분리된 동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업계 선두회사로 부상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동원금융지주 김남구 사장(현 한국투자증권 회장 겸 한국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향후 중장기적으로 타 금융회사와의 제휴 및 인수 역시 용이해졌다”며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투자’를 중심으로 한 금융전업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게 된 동원금융지주는 지점수 124개, 펀드운용규모는 23조8000억 원 수준으로 단번에 자산운용업계 선두로 뛰어오르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자회사인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합병 여부에 관심이 높아졌다.

2005년 3월 한국투자증권 인수대금을 납입을 최종 완료한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동원증권과의 합병도 발표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동원증권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상 인수주체인 동원증권이 피인수된 한국투자증권에 흡수합병되고 사명까지 내주게 됐기 때문이다. 흡수합병된 동원증권은 해산하기로 했다.

더구나 2004년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7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에 당시 역합병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원금융지주 또한 그해 4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당시 동원금융지주 측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을 달성하기 위해 사명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통합 후 업계 선두 도약…국내 첫 초대형IB 선정도

2005년 6월 1일 공식 출범한 통합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브로커리지 부문 점유율 6.63%로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가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통합 이후 승승장구를 달리게 된다. 2009년 지급결제업무 개시,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 등 장내파생상품 인가를 취득했다. 2011년에는 전담중개업자 자격요건도 갖췄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선정된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충족하며 초대형 투자은행(초대형IB) 요건을 갖췄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듬해인 2017년 국내 첫 초대형IB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1조4474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순이익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1조1872억 원)을 제치고 업계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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