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핼러윈 축제 때문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젊은 청춘들이 156명이나 희생되었고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비극적인 사건들 중에서 기억나는 최초 대형사고는 1971년 대연각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163명이 희생된 사고이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와 성수대교 붕괴, 천안함 침몰 등 굵직굵직한 사건과 사고, 피해자가 몇 백 명이 넘은 사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진국에 들어섰던 1990년대에 많은 사고가 있었다. 1993년 292명이 희생된 서해훼리호, 1996년 502명이 희생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다.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자부심을 갖던 2014년에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희생되었다. 사고원인은 대부분 정경유착과 부실공사, 개인과 회사의 탐욕에 의한 무리한 증개축과 관리부실, 현장 공무원 조치 미숙 등 후진국 사고로 일어났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번 사고의 일차적인 원인은 많은 사람이 군집한 ‘인구밀도’상황이다. 여기에다가 건물이 만든 구조적 병목현상이 생겼다. 골목이라 주변이 막혀 탈출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월드컵 대회 때에 많은 인파가 모여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촛불 시위 때 시청역에서 압사의 두려움을 느껴서 빠져나왔는데, 장기간 시위기간에도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이 열려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장관과 구청장, 경찰과 소방관계 책임자가 최초에 발뺌을 했거나, 혹은 뒤늦은 사과는 도덕적 책임이나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감 부족이다. 용산경찰서가 경호경비로 인해서 인력이 부족하다면 경찰서간에 인력을 조정해야 한다. 많은 인파가 모인 상황에 대비한 안전규범을 확인해야 한다.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영삼 정부 일어난 많은 사고는 이전의 원인이 결과로 일어난 것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정치쟁점화된다거나, 정부의 발뺌식 변명으로 회피하면, 다수 인명의 희생을 교훈으로 삼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사고이다.

이번 사고는 희생자 중에 못다 핀 젊은이가 많다는 측면에서 세월호 사고와 유사하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대통령 7시간’으로 정치쟁점화되자, 여당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보위하기 위해서 자식을 잃은 희생자 가족을 비난했다. ‘시체 장사’ ‘놀러가다 죽었는데, 왜 국가가 책임지는가’에서 ‘폭식시위’ 등 비인도적인 비난을 했다. 반면에 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 때문에 일어났다는 식의 비난을 했다. 불행한 사고가 정치쟁점화 된 것이다.

그때 필자는 “누가 대통령이었어도 일어날 사건이다. 다만 사건을 잘 처리하지 못한 것은 대통령 책임이다”라고 했다. 대통령 책임은 사고 당시 국가수반으로서 구조실패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이다. 핵심적인 실패는 유가족을 품지 못하고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쟁점이 됨으로써 여당과 정부에서 정치적인 방어태세를 유지한 측면이 많다. 능력이 부족한 해경을 보강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해경 해체’라는 이상한 해법을 동원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정치적인 공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이 한 해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서우인(Samhain)' 축제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10월 31일에 저승의 문이 열린다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손 없는 날과 비슷한 문화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독특한 분장과 복장을 하고 사탕류를 얻으러 다니는 풍속은, 우리가 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날에 바가지를 들고 밥 얻으로 다니는 풍속과 비슷하다.

필자는 사회학자나 심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1982년 12월 24일,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도시를 봤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12월 24일이나 12월 31일에 집을 나와서 거리를 꽉채웠다. 축제를 가족과 함께 즐기지 않고, 집밖으로 나와서 빈곳을 채워야 하는 한국인의 문화와 심리가 궁금했다. 가부장적인 부모와 세대차이가 문화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의 전통행사나 운동경기, 혹은 시위가 아닌 필자에게는 생소한 외국에서 유래한 행사 때문에 일어났다. 지금 젊은이들은 이런 문화가 생소하지않고 익숙하다. 지금 언론에 뜨는 대책이란 것이 겨우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 행사를 취소하는 조치이다. 애도기간 때문에 취소했다면 이해가 되지만, 필요해서 계획한 행사라면 눈치 때문에 멈추는 것이 맞을까?

한국 사회 문화와 정서, 놀이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자기 동네에서 전통이 가미된 놀이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월 대보름 놀이처럼 자기 마을에서 놀았다면, 좁은 장소에 많은 인파가 모일 리가 없다. 외국에서 유래한 행사이다 보니, 이태원이라는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이다. 동네에서 가족, 이웃,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청소년 문화와 공간이 충분한지, 잘 활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 전통놀이와 서구 놀이를 접목하자.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정치학 박사
예비역 해군제독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제민속체육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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