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증가 속 이명희 전 이사장 취임 후 ‘들쑥날쑥’…학술연구지원금도 없애
‘일우사진상‧일우스페이스’ 등 사진‧전시 사업 ‘치중’…장학사업 사실상 '중단'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 ⓒ 뉴시스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 ⓒ 뉴시스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일우재단은 1991년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명예회장과 사돈인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당시 조 명예회장은 대한항공 지분 23만7552주(당시 평가액 약 31억 원)를, 최 명예회장은 현금 3억3000만 원을 출연했다.

설립 당시 명칭은 ‘21세기한국연구재단’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명희 전 이사장 취임 이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호(號)인 ‘일우(一宇)’를 따와 ‘일우재단’으로 변경됐다.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수한 청소년 가장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 사업을 위주로 운영됐다.

1998년부터는 대상 국가를 몽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으로 확대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선발된 장학생들은 국내 대학(인하대‧항공대‧한림대‧이화여대) 유학 기회와 함께 학자금은 물론 체제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2009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명희 전 이사장 취임 후에는 ‘일우사진상’을 제작하는 등 문화예술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에는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내에 ‘일우스페이스’를 마련하고 전시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 주 수익원은 제주 소재 부동산 ‘임대료’

국세청 공익법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일우재단의 총자산가액은 366억 원 수준이다.

이 중 토지 비중이 61.8%(약 226억 원)에 달한다. 이어 금융자산이 약 106억 원으로 29.0%를 차지했다.

이는 1992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제동흥산(현 한국공항)이 제주도 서귀포 및 조천읍 일대 제동목장 땅 859만㎡(260만 평)을 기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우재단의 대부분 운영자금은 부동산 임대료와 이자가 차지하고 있다.

2020년말 기준 일우재단은 임대료로 11억8227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이자 수익은 1억8519억 원이다.

임대료는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으로부터 각각 4억9120만 원, 6억9106만 원을 받았다. 아울러 이자 수익으로도 1억8519만 원을 벌어들였다.

아울러 일우재단은 대한항공 주식 19만1325주(0.11%)와 한진칼 주식 9만2453주(0.14%)를 보유 중이다.

이에 일우재단은 2020년 배당금 명목으로 2357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전년(7556만 원)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이 감소한 대한항공이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한진칼에서만 배당금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모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우재단 배당금 수입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우재단 2007년-2020년 국내 장학사업 비용 추이. ⓒ 그래픽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일우재단 2007년-2020년 국내 장학사업 비용 추이. ⓒ 그래픽 민주신문 조성호 기자

◇ 공익사업 절반은 사진‧전시 사업 지출

일우재단이 2020년 공익목적 사업으로 사용한 비용은 전년과 유사한 9억6967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몽골과 캄보디아 등 저개발 국가 장학 사업에 약 5억 원 가량이 사용됐다.

나머지 약 4억 원은 유망 사진작가를 발굴하는 ‘일우사진상’과 사진 및 미술 전시 전문 공간인 ‘일우스페이스’ 사업에 쓰였다.

반면 재단 설립 초기 내세운 국내 장학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국내 장학 사업은 이명희 전 이사장 취임 이후 사업비용이 ‘들쑥날쑥’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국내 장학 사업으로 사용된 비용은 ‘0원’이다. 이 전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내 장학사업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일우재단은 공익법인 결산서류 확인이 가능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1억 원 가량을 국내 장학 사업비로 지출했다.

하지만 2010년 3500만 원으로 급감하더니 2011년에는 4680만 원이 집행됐다.

2012년에는 다시 1억515만 원을 사용하며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듬해인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6160만 원, 4180만 원으로 다시 줄었다.

2015년 1억2434만 원의 국내 장학사업 비용을 지출한 일우재단은 이후 2016년 3100만 원, 2017년에는 900만 원으로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학술연구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언론장학사업은 2012년부터 진행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일우재단은 이 전 이사장 취임 이후 사진 및 전시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비용 지출은 2010년부터다. 일우재단은 사진문화사업과 일우스페이스 전시사업 명목으로 각각 매년 2억 원 가량을 지출했다.

이에 10여년간 일우사진상에는 21억여 원이, 일우스페이스 전시사업에는 25억여 원이 사용됐다.

두 사업에만 약 46억 원이 집행될 동안 국내 장학사업에 쓰인 돈은 8억 원에 불과했다.

다만 수십억 원이 사용된 사업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일우재단 홈페이지 내 일우사진상을 소개하는 문구 중에는 “이 상의 명칭은 ‘현’ 조양호 ‘안’진그룹 회장의 호를 따른 것”이라는 문구가 여전히 게시돼 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 내 ‘일우스페이스’ 전경. ⓒ 일우재단
서울 중구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 내 ‘일우스페이스’ 전경. ⓒ 일우재단

◇ 국내 ‘장학’ 사업 제외…사실상 철수 의심

일우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2020년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보면 공익목적 사업으로 장학금‧연구비 지급 등을 정관에 기재했지만 실제 사업내용에는 ‘문화예술’ 사업만 표시돼 있다.

결산서류 내 ‘사업내용’은 공익법인이 실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을 표시하는 곳이다.

일우재단은 2019년 결산자료에서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장학’, ‘학술연구’, ‘기타교육’ 등의 사업내용을 표시한 바 있다. 

국내 주요 사업지역 또한 2019년에는 ‘전국’으로 표기한 것과 달리 2020년에는 서울, 인천, 경기 등 3곳만 표시했다.

이에 따라 일우재단이 사실상 국내 장학사업에서 철수한 것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2020년 기준 일우재단의 이사 구성원으로는 오치남 이사장을 비롯해 안종상, 홍경식, 최희준, 이은숙, 이진학, 김재구 등 7명이다. 이들 모두 비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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